"당 해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 비켜드리겠다"

서청원 자유한국당 탈당, 비박 친박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사진=김정환기자>

[노동일보]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고 한나라당 전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후에 만들어진 새누리당에 몸을 담으며 최고위원까지 지낸, 사실상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8선의 서청원(경기 화성갑) 의원이 20일 탈당했다.

이날 서 의원은 "오늘 오랫동안 몸담고 마음을 다한 당을 떠난다"며 "당이 해체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젠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현재 8선으로 국회 최다선 의원으로 꼽히고 있으며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당시 이회창 대통령 후보 시절 당 대표와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새누리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특히 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계 좌장으로 불릴 정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이다.

이에 서 의원은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왔는데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당이 위기다. 언제 위기가 아니었나 싶지만, 위기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거듭된 실수로 결국 국민의 마지막 심판을 받았다"고 6.13 지방선거 참패로 인한 자유한국당 몰락을 밝혔다.

서 의원은 또 "그러나 무기력하게 폐허에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국가는 계속 살아야 하고, 국민은 오늘도 어김없이 살림을 해야 하고, 보수정당도 다시 살려내야 한다. 건강한 보수정당은 나라의 기둥이고, 국민의 기댈 언덕이다. 그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에야말로 건강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의원은 "실종된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보수정당이 다시 태어나 튼튼하게 국가를 지키는 것이 정치복원의 첫 걸음이라 믿는다"며 "정치가 실종된 빈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 잡고 독주가 횡행한다.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의원은 "특히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자유한국당이 다시 불신의 회오리에 빠졌다. 친이,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이는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라고 질책하듯 말했다.

서 의원은 "(이런 것이)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라며 "결국 친이, 친박의 분쟁이 두 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느냐. 역사는 그렇게 기술될 것이다. 이제 연부역강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 주시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서 의원의 자유한국당 탈당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향후 당 내 갈등에 어떤 역할을 줄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반면 이날 서 의원의 탈당은 친이와 친박의 싸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채 감옥에 보냈다는 자신의 한탄과 함께 김성태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중앙당 해체 혁신 선언을 놓고 당이 다시 분쟁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이날 서 의원의 탈당은 아직까지도 당에 남아 세력을 장악하려는 비박계와 친박계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보수(아버지)정당이 궤멸되면서 울타리가 없어진 상황에 자식(비박.친박.친이)들이 서로 치고 박고 했다가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읽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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