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고객 무시하는 안하무인 항공사"<사진=전재수의원실>

[노동일보] 한국소비자원이 내린 분쟁조정 결과를 상습적으로 거부하는 기업들에 대한 논란에도 소비자들에 대한 행태는 여전했다.

특히 조정 거부 상위 15개 기업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12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2년간 소비자분쟁 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6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위(15건)와 4위(12건)였으나 2017년에는 양사 모두 1위(25건)와 2위(16건)로 뛰어올랐다.

아울러 2016년에는 진에어가 6위(9건), 2017년에는 에어서울이 7위(11건)에 포진해 있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출자한 저비용 항공사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조정 접수된 전체 건수 대비 거부 건수 비율이다. 평균을 내보면 2016년과 2017년 각각 30.53%와 42.45%이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이 평균 비율을 훌쩍 넘는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6년 55.56%, 2017년 69.44%였으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6년 38.71%, 2017년 59.26%였다. 다시 말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과에 대해 다른 기업들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거부해온 것이다.

소비자들이 조정을 신청하게 된 내용을 살펴보면 항공기 기체 결함이나 정비 및 항공사의 일방적인 운항일정 취소 변경에 따른 손해배상, 출발 91일 이전 취소한 항공권 취소수수료 환급 요구 등이 상당수로, 이에 대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배상 또는 환급 등의 조정 결과를 냈다.

하지만 소비자 관리 소홀이 아닌 전적으로 기업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조정 결과를 거부했으며, 이는 진에어나 에어서울 등 여타 항공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외에도 인터파크, 아시아나항공, 위메프, SK텔레콤, 애플코리아, 교원 등이 지난 2년간 분쟁 조정을 거부한 상위 15개 기업에 속해 있었고, 조정 결과를 거부한 상위 15개 기업의 거부 총 건수는 각각 120건(2016년)과 149건(2017년)으로, 전년 대비 24.16% 상승했다.

구입한 재화 서비스에 하자 등을 비롯한 문제가 발생하여 해당 재화ㆍ서비스를 판매 또는 판매 중개한 기업과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신청은 당사자들이 법원에 의한 사법적 구제 절차를 밟기 전에 활용할 수 있는 요긴한 제도다. 대부분의 소비자 분쟁의 경우 소액 사건이 많아 법원을 통하지 않고 분쟁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한국소비자원에 설치된 준사법적 기구이기는 하나 조정 결과에 대해 당사자들이 거부한다 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도 권한도 없다는 데 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조정 결정을 거부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을 이용, 의도적으로 조정을 거부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정 불성립 내역을 보면, 조정 피신청인인 기업이 거부한 건수 및 비율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598건(94.32%), 509건(91.21%)으로 사실상 대부분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업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조정조서의 강제집행을 위해 법원에 조정서 송달 증명서, 조정결정서 정본 등을 법원에 제출해 집행문을 부여받고, 집행 목적물이 소재한 지방법원에의 강제집행 신청을 통해 자력구제를 받아야 하는 등 여간 번거롭고 복잡한 게 아니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날 전재수 의원은 "전체 조정 신청 건수 중 조정 결과를 거부하는 비율은 2016년 17.34%, 2017년 20%인데, 기업이 거부하는 것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기업의 재화나 서비스를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기만한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같은 일부 기업의 악덕행위로 인해 소비자들이 추가적으로 입어야만 하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강력한 제제 방안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들의 소송을 지원하는 방안 역시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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