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길모퉁이를 돌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노동일보]<빨간 머리 앤>, 대부분 들어봤을 제목이다. 잔뜩 부푼 마음을 안고 에이번리에 다다른 앤은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돌려보내질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끝에 ‘E’가 붙는 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초록 지붕 집에 머물면서 앤은 공부를 하고, 소중한 친구를 사귀고, 마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극단 걸판은 이미 유명한 원작을 잘 살리면서도 ’걸판여고 연극반‘이라는 설정을 더하여 뮤지컬 <앤 ANNE>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었다. 세 명의 학생이 돌아가면서 앤을 맡고, 그 성장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색다른 각색이지만 그것이 뮤지컬 <앤 ANNE>만의 매력이다.

극중 길버트의 ”전 ’남자 주인공‘ 이니까요!“라는 대사를 강조하기도 한다. 웃음 포인트로 느껴지다가도 "남자 주인공도 뒤에 앉을 줄 알아야 해요“ 라는 린느 부인의 대사는 어떤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이것은 앤의 이야기라는,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빨간 머리의 주근깨 투성이지만 반짝이는 앤이 이야기라는 메시지처럼 말이다.

극을 보는 내내 행복한 웃음이 나오는데 어쩐지 눈물이 줄줄 흐른다 그러다 다시금 차오르는 벅찬 감정에 호흡이 가빠진다. 그 과정을 겪으며 관객 역시 각각 앤이 된다. 극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이다.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이 끝나고도 이들의 꿈은 계속 반짝인다. 다음 공연에서는 햄릿, 로미오, 레베카를 해보고 싶다는 이들이 주는 메시지는 따뜻하게 울린다. 이는 뮤지컬 <앤 ANNE>이 마지막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음에도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을 하게 된 이유이며,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 세 명의 앤을 또다시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노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