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의 시작은 지난 100년을 기억하는 것부터

[노동일보] “애써서 용서하지 말자. 화나면 화나는 대로, 욕 나오면 삼키지 말고 내뱉어 보자.

속이라도 시원하게, 다만 꼭 기억하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준비하자.“

이 말은 빼앗긴 우리의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는 문화유산회복재단의 문화의병들의 말이다. 우리 역사의 수많은 의병들처럼 이들도 평상시에는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잊지 않고 빼앗긴 우리의 문화유산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억하자, 그리고 문화의 힘으로 강국이 되자’로 압축할 수 있다.

그들이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성명을 냈다. 많은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유물은 단지 유물이 아니다”는 것이다. 도쿄박물관에 있는 고종의 투구와 갑옷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그 갑옷을 입고 자신의 아내이자 조선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인들과 처절하게 싸워보고 싶지 않았을까? 싸워보지도 못한 채 적국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조롱받고 있는 처지가 너무도 원망스러울 것이다.

 

문화유산회복재단 출범식

다음은 국회의원 10명이 함께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성명의 전문이다.

<3.1만세운동 100주년 문화의병 성명>

“문화유산회복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요. 새 역사의 시작입니다.”

“일본인들은 국기를 들고 있는 손을 잘랐고 이에 여성들은 영웅적으로 왼손으로 국기를 옮겨 잡았고 또 그 손도 잃었다. 그들은 쓰러지면서 입으로 국기를 물었고 그러자 일본인들은 머리까지 잘랐다”고 조선 여성들의 영웅적 항쟁과 진압 참상을 묘사했다.

([외신속 3·1 운동] 러 프라우다·이즈베스티야도 주목…“조선 여성 영웅적 항쟁”, 연합뉴스 2019.02.19. 보도)

일제의 만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선의 영구지배를 획책한 일 군국주의자와 일부 친일파들은 ‘조선의 혼’을 죽이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민족의 얼과 혼이 간직된 문화유산을 철저히 파괴하거나 약탈하는 것은 이들의 특별한 임무였습니다. 왜적을 물리친 토벌비나 승전비 대부분은 파괴되었고, ‘북관대첩비’는 끌려가 야스쿠니신사에서 온갖 학대를 당하였습니다. 왕릉은 파헤쳐지고 왕릉을 지키던 돌 장수들은 일 왕궁을 향해 도열, 참배시켰습니다. 고종황제의 ‘투구와 갑옷’은 지금도 도쿄박물관 수장고에서 인질로 잡혀있고,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기념으로 가져간 ‘풍혈반’도 도쿄박물관에 있습니다.

1897년 대한제국이 출범함으로 우리는 굳건한 ‘자주독립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수천 년 조선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침략을 겪으면서도 자주국가의 희망을 꺾어 본 적이 없습니다. 몽골의 침입도 40년 항쟁으로 맞섰고, 왜군의 7년 침략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도 반드시 침략세력을 물리쳤습니다. 항쟁의 역사에는 반드시 의병들의 큰 역할이 있었고 전쟁의 승패를 바꿨습니다.

이 같은 역사적 전통과 민초들의 숭고한 의지는 1919년 ‘만세운동’으로 분출되었습니다. 그날의 함성은 오직 하나 “대한 독립 만세”입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는 그 어떤 외세의 침범이나 개입을 허용하지 않은 자주 국민만의 희망이자 목표입니다.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 한겨레의 꿈은 통일된 자주국입니다. 통일된 자주국가의 완성은 약탈당한 문화재를 되찾고, 온전히 문화유산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통일된 자주국가’는 문화강국이 되기를 소원하였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에서-

 

대한 독립 만세 100주년을 맞이하여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문화의병들이 온 정성을 모아 문화강국을 세우는 데 앞장, 헌신하겠습니다.

단기 4352년 2월 26일

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

국회의원자문단

(조배숙, 김세연, 이명수, 홍영표, 김선동, 이원욱, 김두관, 소병훈, 전재수, 조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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