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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노동’이 없었다고?문화유산이 역사세탁과 왜곡에 악용되는 사례 막아야
이상근 논설위원 | 승인 2019.03.22

[노동일보] 

<2018년 일명 군함도에 방문한 문화유산회복재단 모니터링단, 사진 문화유산회복재단>

아베정권 우경화의 상징, 메이지산업유산

  2014년 12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하였습니다.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동아시아문화유산담당 연구원은 문화재반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현황과 흐름을 잘 안내하여 주었습니다.

얘기 중에 일본정부가 추진하는 ‘메이지시기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등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로 고대, 중세 시기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만 등재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근대 산업시설이 유네스코에 등재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산업시설 등재는 일본 문화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아베 정부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주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베 정부는 자국의 다른 문화유산등재를 뒤로 미루고 메이지시기 산업시설을 앞세웠습니다. 유산의 전 기간이 아닌 1850년부터 1910년대로 제한하였습니다. 등재조건을 갖추지 않은 곳도 발췌하듯이 끼워 넣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한론(征韓論)의 시발처, 요시노의 쇼카손주쿠가 그렇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강제노동’ 인정 않은 유산등재 반대

등재 시설 중에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이 7곳이나 되었습니다. 사실 이보다 많은 곳에서 강제징용이 이뤄졌습니다. 현 일본 부총리 아소다로의 증조부가 운영하던 아소탄광이 악명 높았습니다. 징용희생자가 1만 600여명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3월, 강제징용 피해자와 지원 단체를 만나서 역사의 왜곡, 세탁을 막아야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시마 탄광에 14살 소년으로 끌려 간 故 최장집 어르신과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당하신 김한수 어르신의 뵙었습니다. 일본군 폭행에 청력을 잃으신 공재수 어르신, 아무것도 모른 체 어린 나이에 폭탄 제조에 동원된 양금덕 어르신을 모시고 서울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강제징용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국회에서는 이원욱 의원, 이이재의원이 “일본 강제징용시설 유네스코 등재 규탄 결의문”을 발의하였고. 일제강점기 피해단체들이 함께 행동하였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등재의 문제점을 제기하였고, 반대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중국, 필리핀 등 강점 피해 국가와 미국, 러시아, 영국 등 연합군 포로 강제노역국가들은 부당성을 질타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국가인 한국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었습니다. 외교부장관에 나서 일본과 협상을 한다지만 미심쩍은 바가 컸습니다.

 2015년 7월, 국제사회에 직접 호소하기 위해 등재저지방문단을 구성하여 유네스코 총회가 열리는 독일 본(BOHN)으로 갔습니다. 이때 의지할 사람들은 동포들이었습니다. 교포신문을 비롯하여 교민단체에 방문 사실을 알리고 본으로 달려와 주실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39도 폭염에도 각지에서 200여명의 교민이 함께 <등재저지>를 외쳤습니다.

총회에 참가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응원하였습니다. 불행한 식민시기를 경험한 나라는 물론, 파시즘에 맞서 싸운 나라의 참가자들은 음료와 과자를 놓고 가면서 응원하였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언론사는 단 한 곳도 취재보도하지 않는 반면에 로이터, 슈피겔, AP통신, 신화 통신 등 많은 곳의 언론사가 취재, 보도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등재저지 활동 사흘 만에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등재 보류, 무산위기에서 구원한 한국정부의 합의<2015.7.4일 독일 본 유네스코 총회장 앞, 등재보류 소식이 전해지자 동포들과 등재저지단은 잠시 기쁨을 나눴다. 사진, 교포신문>

 국제사회의 반대여론에 봉착하면서 7월 4일 심사가 보류됨으로 등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애기가 한국 언론보도에 나왔습니다. 등재저지단은 기쁨에 들떳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 일본 유산 심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한국정부가 등재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등재 저지단은 총회장 앞에서 더욱 격렬히 반대하였고 중국대표단이 자신들을 대신하여, 총회장에 와서 연설하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결국 한국정부의 합의아래 아베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군국주의 망령을 간직한 산업 시설>은 등재되었고, 한국정부가 발표한 것과 다르게 다음 날 일본 정부는 강제노동 사실을 부인하였습니다.

                        한일협정 50주년인 2015년, 일본과 밀실야합 밝혀야

  사실 등재합의는 이미 밀실야합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다만 국민여론 때문에 반대하는 척 했을 뿐이지요. 등재저지단은 유네스코 총회 도착 당일부터 일본 언론사로부터 ‘이미 양국간 합의가 끝났다’. ‘폭염에 공연히 수고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5월 23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아베총리의 지시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국장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물밑교섭”이 이뤄졌고. 한일협정 50주년에 맞춰 위안부 합의, 산업유산 등재 등 과거사 문제에 일괄 타협했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밝혀진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연기도 이때입니다. 결국 철저히 자국민의 권리와 요구를 외면한 것입니다.

이런 결과로 일본정부는 유네스코가 유산의 전 기간과 전부를 기재하고, 강제노동사실을 적시하라고 권고해도 무시하고 심지어 ‘강제동원이 아닌 자발적 지원’이라고 왜곡을 일삼고 있습니다. 유산 현장에 설치하기로 한 강제노동사실이 적시된 정보센터도 도쿄에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유네스코, 일본정부의 권고이행 주목‥ 실행안하면 등재 취소해야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외교부를 중심으로 유네스코 포럼등을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2018년 문화유산회복재단이 산업유산 시설 8곳을 방문조사 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니터링하면서 안내인에게 ‘조선인의 강제노동’이 있었냐고 물으면 마지못해 ‘조선인 청년들이 기여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는 답변만 할 뿐입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하여 일본정부의 대응방침을 바로잡고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해야 할 과제가 '강제노동 인정' 입니다. 유네스코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등재 취소 결정을 촉구해야 합니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 제116조와 제192조는 ‘세계유산목록 최종삭제 절차’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192조 b항은 “등재신청 당시 이미 세계유산의 본질적인 특징이 인간의 행위로 인해 위협받고 있었던 경우, 그리고 신청 당시 당사국이 제안한 필요한 시정조치가 제시된 기한 내에 이행되지 않은 경우”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행조차가 이뤄지지 않으면 등록삭제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나가사키 오카 마사하루 기념 평화자료관에 있는 하시마탄광 희생자 명단, 조선인 이름이 빼곡하다. 사진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상근 논설위원  lee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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