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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묘역에 다녀 온 ‘장택상 석탑’은 어디로 가나?칠곡 선봉사지에 있던 고려 석탑, 케네디 묘역에 갈 뻔하다 돌아와 나그네 신세
이상근 논설위원 | 승인 2019.03.26

[노동일보] 

<경북 칠곡 선봉사지 칠층석탑 모습. 제보자가 보내 준 사진을 보면 임시보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보물 제251호가 있는 선봉사지

 

선봉사는 대각국사 의천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고려 제11대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의천은 천태종의 시조로 그의 공적을 기린 대각국사비가 선봉사에 있다.

필자는 이곳을 두 번 다녀왔다. 깊은 산길을 따라 비포장도로를 헤집고 들어가니 산 속에 대각국사비가 덩그러니 서 있고, 옆에 자그마한 암자에 ‘선봉사’라는 쓰여져 있다. 아마 폐사지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체, 어느 수행자가 암자를 짓고 옛 선인을 그리워 하나보다 생각할 정도이다.

 방문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보물로 지정된 대각국사비의 슬픈 사연 때문이다. 고려의 왕자로 태어나 수행자로 살아 온 의천은 국사라는 칭호를 받아 그 뜻을 기리기 위해 공적비가 세워졌지만 임진왜란 때 사찰은 불타고, 국사의 공적비는 땅 속에 파묻혔다가 발견되었다는 사연이 고려 개국 1,100주년인 2018년 전에 꼭 다녀와할 곳으로 여겨졌다.

<선봉사지에 있는 대각국사비의 모습>

선봉사지(僊鳳寺址) 칠층석탑

  두 번째는 이곳에 있다가 거처 없이 떠도는 고려 석탑 때문이다. 선봉사칠층석탑은 기구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명칭 선봉사지 칠층석탑. 고려 초기인 11~12세기 제작된 높이 2.3m로 1960년대 석조물 전문가인 진홍섭· 정영호 교수가 국보급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 1964년 신문보도에 있다. 연꽃 무늬가 아름다운 독특한 양식의 석탑은 선봉사가 폐사한 이후 인근에 방치되어 있다가 창랑 장택상(1893~ 1969) 전 국무총리가 수습하였다고 한다. 장택상은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집가로도 이름이 높다. 이후 60년대에 셋째 딸 장병혜의 집으로 이운하였다.

 이 석탑이 유명해진 계기는 이렇다.

1963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서거하자, 장택상은 칠층석탑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 케네디 무덤에 기부하고자 했다. 이런 이유로 석탑은 장병혜씨가 살던 하와이로 옮겨졌다. 하지만 석탑은 미국의 국립묘지에 가지 못했다. 불교 석탑을 개신교 국가의 국립묘지에 둔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유족이 거부했다는 설과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이 재혼하자 장택상이 격분하여 보내지 않았다는 설 등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후 석탑은 미국을 떠돌다가 석탑과 고려 초의 금동보살좌상(높이 14.2㎝)은 국내로 돌아왔다.

                   불탑이 있을 곳은 사찰, 하루빨리 본래 가치 발현할 수 있기를

  현재 석탑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있으며 장병혜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보도가 2018년 11월에 있었다. 인터뷰에서 장병혜씨는 "이 귀중한 자료를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는 자리에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적절한 새 소장자와 소장처를 찾고 있다"고 한다. 석탑은 본래 부처님의 집이자 무덤이라 하여 불탑이라 한다. 불탑이 있어야 할 자리는 사찰이며 창고에서 관리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예경으로 모셔야 할 존재이다. 하루빨리 사찰에 봉안하여 본래 가치가 발현되어야 한다. 이 기구한 사연을 풀 수 있는 인연은 어디가 있는가?

이상근 논설위원  lee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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