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선봉사지에 있던 고려 석탑, 케네디 묘역에 갈 뻔하다 돌아와 나그네 신세

[노동일보] 

선봉사지(僊鳳寺址) 칠층석탑

  두 번째는 이곳에 있다가 거처 없이 떠도는 고려 석탑 때문이다. 선봉사칠층석탑은 기구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명칭 선봉사지 칠층석탑. 고려 초기인 11~12세기 제작된 높이 2.3m로 1960년대 석조물 전문가인 진홍섭· 정영호 교수가 국보급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 1964년 신문보도에 있다. 연꽃 무늬가 아름다운 독특한 양식의 석탑은 선봉사가 폐사한 이후 인근에 방치되어 있다가 창랑 장택상(1893~ 1969) 전 국무총리가 수습하였다고 한다. 장택상은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집가로도 이름이 높다. 이후 60년대에 셋째 딸 장병혜의 집으로 이운하였다.

 이 석탑이 유명해진 계기는 이렇다.

1963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서거하자, 장택상은 칠층석탑을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 케네디 무덤에 기부하고자 했다. 이런 이유로 석탑은 장병혜씨가 살던 하와이로 옮겨졌다. 하지만 석탑은 미국의 국립묘지에 가지 못했다. 불교 석탑을 개신교 국가의 국립묘지에 둔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유족이 거부했다는 설과 케네디의 부인 재클린이 재혼하자 장택상이 격분하여 보내지 않았다는 설 등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후 석탑은 미국을 떠돌다가 석탑과 고려 초의 금동보살좌상(높이 14.2㎝)은 국내로 돌아왔다.

                   불탑이 있을 곳은 사찰, 하루빨리 본래 가치 발현할 수 있기를

  현재 석탑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있으며 장병혜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보도가 2018년 11월에 있었다. 인터뷰에서 장병혜씨는 "이 귀중한 자료를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는 자리에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적절한 새 소장자와 소장처를 찾고 있다"고 한다. 석탑은 본래 부처님의 집이자 무덤이라 하여 불탑이라 한다. 불탑이 있어야 할 자리는 사찰이며 창고에서 관리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예경으로 모셔야 할 존재이다. 하루빨리 사찰에 봉안하여 본래 가치가 발현되어야 한다. 이 기구한 사연을 풀 수 있는 인연은 어디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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