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에서 어떤 1을 만들 수 있을까?

[노동일보]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하여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기쁨 연출과 한송희 각색 작가는 그것을 아련하면서도 안타깝고, 아름다우나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게 표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프레스콜 전막 시연에 다녀온 기자는 4월의 시작을 알리는 연극을 기대하고 있던 관객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왕복서간:15년 뒤의 보충수업> 이라고.

원작자 미나토 가나에와 <왕복서간 출연진> ㅣ 벨라뮤즈 제공

소설 ’왕복서간 ~ 15년 뒤의 보충수업‘은 일본에서 이미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러나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의 개막에 맞춰 내한한 원작자 미나토 가나에는, ”세련된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은 나에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준 높은 한국 창작 연극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며 무대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리코와 준이치, 배우 신의정과 주민진

편지글로 시작해서 편지글로 끝나는 소설 ’왕복서간‘은 소설로서도 독특한 형식을 띄고 있다. 이를 각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배우로서도 각색가로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한송희 각색 작가의 대답은 또렷하고 신중했다.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하며 각색했다. 인물들이 대화하는 데에 무리가 없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덕분에 활자는 무대 위에서 언어로 살아 숨쉬었고 배우는 인물이 되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마리코 역의 배우 신의정, 진소연과 준이치 역의 배우 에녹, 주민진은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섬세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어린 마리코를 맡은 배우 한보배와 공개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어린 준이치 역의 안재현과 김인성, 15년 전 ’사건‘의 중심이 되는 가즈키와 야스타카 역을 맡은 황성훈, 임종인의 연기도 신선했다.

어린 마리코와 어린 준이치, 배우 한보배와 안재현 ㅣ 사진제공 벨라뮤즈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등으로 믿고 보는 연출로 통하는 이기쁨 연출은 ”편지 안에 흐르고 있는 말과 그 말을 하고 있는 배우가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대 미술 같은 경우에도 최대한 담백하게 연출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고 말했다.

미스테리한 준이치의 시선, 배우 주민진 ㅣ 사진제공 벨라뮤즈

아련한 로맨스로 시작해서 점점 아슬아슬한 심리 서스펜스로 치닫는 연극 <왕복서간:15년 뒤의 보충수업>은 4월 2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개막하여 4월 21일에 막을 내린다. 프레스콜을 통하여 출연진들과 스텝진들은 연극을 향한 충만한 애정을 드러냈다. 보면 볼수록 더 좋아질 것만 같은 연극 <왕복서간:15년 뒤의 보충수업>, 이제 막 꽃 피어나는 봄에 아련한 감성을 덧대어줄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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