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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에 '숨겨진' 진실들…'중재자' 문대통령의 땀방울
노동일보/정치부/뉴스1 | 승인 2020.06.23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언급된 남북미 정상들의 한반도 비핵화 관련 언행들이 국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고록 속 '숨은 진실 찾기'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으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 것처럼, 책에는 '강경 매파'였던 볼턴 전 보좌관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얼마나 비관적으로 보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협상에 임했는지 여실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번 회고록이 그런 견고한 매파적 시각에서 서술됐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는 한편 과거 청와대의 발표 등 객관적인 사실을 중첩시키면 비교적 분명한 사실들이 확인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 사이의 중재를 위해 얼마나 끈질기게 노력했는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같은 사실들이다.

비핵화 협상에 비관적인 측면에서 볼턴 전 보좌관과 비슷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해 공작'을 곁들이면 남북·남북미 대화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과 노력이 재조명된다.

◇참모들 반대 뚫고 강행한 트럼프…정의용 백악관 브리핑 의미는

2018년 3월 정의용 실장이 대북특사를 다녀온 뒤 백악관을 방문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5월 '창작과 비평'과의 대담에서 이 상황을 언급했다.

임 전 실장에 따르면 당시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만남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거 봐, 내가 뭐랬어 맞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모들이 자신의 의사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직접 이 사실을 발표하라고 제안한다. 당시 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에 참석하길 거부할 정도로 참모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실을 직접 찾아가 "한국의 안보실장이 중요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에게 직접 발표를 부탁한 것은 그만큼 내부의 반대가 많았다는 점을, 그럼에도 정 실장을 특사로 보낸 문 대통령을 '신뢰'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이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은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를 수용했다"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당시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 기류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만 사실에 부합한다.

임 전 실장이 당시를 회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의 엄청난 반대를 뚫고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한 점을 평가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 말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미대화의 시작부터 곳곳이 '난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5.23/뉴스1

◇싱가포르 회담 좌초 위기에…문대통령 만나고 싶어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볼턴 회고록에서 또 한번 언급된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이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삼아 선발대 접촉이 이뤄지지 않자 볼턴은 "문 대통령 방미 이전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트위터에 올리도록 건의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이를 미뤘다.

2018년 5월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문 대통령의 설득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3자회담에 '끼어들기 원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협상에 비관적인 볼턴의 시각을 걷어내면 이는 당시 청와대의 회담 결과 발표에도 언급이 된 내용이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엔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히며 주어를 뭉갰지만,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남북미 3국의 종전선언' 논의가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진행됐다는 점이 확인되는 셈이다.

특히 판문점 남북미 회동의 경우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배석이 없는 상태로 김 위원장이 남한 영토에 들어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일 것을 우려했다는 점도 언급된다. 문 대통령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을 미연에 차단하면서, 비핵화 협상에서 '당사자'인 남측의 참여를 통해 완성도 있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드러난다.

◇'비핵화 의지' 확고했던 김정은…문대통령, 北 의지 전달 위한 노력

4·27 판문점 선언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또한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2018년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종전선언도 원래는 북한 아이디어인 줄 알았는데 문 대통령의 통일 의제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했다"고 했으나, 미국의 입장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하기도 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 구상이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작'으로, 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평화군비통제비서관실을 설치하고, 미국과 북한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에서의 남북 정상 간 비핵화 합의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할 때 김 위원장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명확해진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 위원장은 더 이상 핵실험은 없을 것이며, 불가역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이 와중에 끊임없이 방해한 아베 "김정은 믿지 않는다"

임종석 전 실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사방에서 배드딜보다는 노딜이 낫다고 계속 압박하던 상황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이 하노이 북미회담 합의문 초안을 보고 "예기치 못한 양보를 막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 점이 드러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한국과 180도 달랐으며, 요약하면 내 시각과 비슷했다"고 했다. 강경파 볼턴과 아베 총리가 '의도'는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 협상에 안좋은 방향으로 부단하게 '개입'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2018년 4월18일 미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도 미사일의 경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함께 일본에 직접 위험이 되는 중단거리 미사일이 폐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앞두고는(2018년 5월28일 미일 정상통화) "김정은 위원장을 믿지 않는다" "비핵화와 일본인 납치문제에서 구체적인 공약이 필요하다"는 등의 언급도 했다.

북미 정상이 만나기 전부터 "김 위원장을 믿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었던 것이다.

아베 총리는 끊임없이 '대북제재를 완화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과도하게 양보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했고, 하노이 노딜을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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