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보=이해인 수녀는 장영희 교수가 우리에게 ‘따뜻하고도 겸손한 희망의 봄이 되었다’ 했고, 소설가 박완서는 장영희 교수가 골라낸 영미 시와 영미문학 그리고 글을 두고 ‘자신의 삶의 원초적 환희였다’고 했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서 세 번이나 암과 싸워야 했던 장영희 교수의 삶을 두고 사람들은 ‘천형(天刑)같은 삶’이라고 했지만, 그는 도리어 자신의 삶은 누가 뭐래도 ‘천혜(天惠)의 삶’이라 응하며 긍정의 힘과 희망의 빛으로 주변을 밝혔다. 장영희 교수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그의 글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고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가 출간되었다. 생전에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과 영미문학 에세이 중 미출간 원고만을 모아 엮은 그녀의 유고집,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는 우리에게 에세이스트로서의 장영희와 영문학자로서의 장영희 그리고 사람 장영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로버트 브리지스의 <6월이 오면>이라는 시를 이야기하면서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라고 노래하고 싶어 했고, 앨프레드 테니슨의 <사우보 思友譜 In Memoriam>를 인용하며 ‘상처받을 줄 뻔히 알면서도 사랑하는 삶을 택하고 싶다’ 고 한 장영희 교수. 척추암 선고를 받은 그녀에게 영미시 칼럼은 좁은 병실에서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단 하나의 통로였고, 그것은 세상과 단절된 상황에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방편이자 그에게 생명의 힘을 북돋아주는 삶의 용기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꽃비 내리는 이 아침, 아픈 추억도 어두운 그림자도 다 뒤로 하고 싶어’진다. 비록 그는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장영희가 남긴 영미문학의 향기는 우리를 ‘억새풀 같은 삶’, ‘희망이 있는 삶’ 속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우리말 첫 수필집 《 내 생애 단 한번 》 출간 이후 10년이 넘도록 그의 글이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그가 떠난 후에도 그의 글을 찾게끔하는 이것이 바로 장영희의 힘이며, 그가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유고집에는 장영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만든 추모 1주기 한정판 미니앨범 CD <기억의 노래 희망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KBS <낭독의 발견>에서 직접 낭송했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 를 비롯해서 이해인 수녀의 ‘장영희에게’라는 시에 곡을 붙인 ‘영희에게’와 문학을 노래하는 사람들로 불리는 ‘책의 노래 서율(書律)’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곡을 만든 ‘with ' 까지 그녀가 사랑한 가족, 지인,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장을 펼치고 있다. 생전에 자주 인용하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 처럼 그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책에 담긴 그의 삶과 생각과 마음이 녹아 있는 글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삶의 가치와 희망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샘터>
저작권자 © 노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