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원인이 배터리의 제조상 결함으로 결론 난 가운데, 지난해 제품출시 직전 삼성전자가 삼성SDI측의 요청에 제품안전에 직결되는 공정상 불량기준을 완화해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자우한국당 정유섭의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저료를 확인한 결과 갤노트7 출시 직전이었던 지난해 7월,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제조한 삼성SDI 측에 제품외관 검사 시 파우치 찍힘과 스크래치, 코너부(모서리부) 눌림 등 10개 항목에 대한 불량기준을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갤노트7의 출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삼성전자 측과 협의를 통해 제조공정상 불량기준 강화 요청 10개 항목 중 2개 항목만 반영하고 나머지 8개 항목 중 4개 항목은 아예 반영하지 않거나 4개 항목은 완화해 7월말까지 공급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배터리를 감싸는 알루미늄 파우치의 경우 삼성전자는 제조 시 찍힘이 1 개 이하, 깊이 1mm이하를 합격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삼성SDI는 2개 이하, 깊이 2mm이하로 완화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삼성SDI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찍힘 2개 이하, 깊이 1.5mm이하로 완화해 줬다.

파우치 제조시 눌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5mm 이하, 너비 1.0mm 이하여야 하고 상하부는 눌림이 아예 없어야 외관검사를 합격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10mm이하, 너비 1.5mm이하면 검사합격, 상하부 눌림도 깊이 2.5mm이하면 합격해주도록 완화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7mm이하, 너비 1.5mm이하, 상하부 눌림도 깊이는 2.5mm이하로 완화해줬다.

특히 최근 발화부위로 판명 난 배터리 파우치 모서리(코너)부 눌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해당 부위에 눌림이 있을 경우 불량 처리해 달라 요청했지만 삼성SDI는 눌림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 결과 허용키로 결정했다.

파우치 모서리부 눌림을 허용함으로써 가뜩이나 협소했던 음극기재와 파우치 간 간격이 더욱 좁아지게 돼 발화가 더욱 용이하게 일어나게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ATL사 배터리의 발화도 산업부 조사에서 배터리 내부 양극탭의 큰 용접돌기가 분리막과 절연테이프를 찢은데 따른 것으로 드러나 이 또한 제조과정에서 불량처리 기준을 통해 걸러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과 같은 계열사 식구라는 이유로 삼성SDI의 요청을 받아 들였던 것으로 풀이되며, 이와 같은 공정불량을 묵인해줌으로써 출시 즉시 발화사고로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 소비자의 기업평판순위가 7위에서 49위로 급락하게 된 주요원인으로 지목된 갤노트7 배터리 발화사고는 제품안전을 무시한 안전불감증과 출시일에 무리하게 맞추고자 했던 조급증으로 삼성이 스스로 자초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정유섭 의원은 "사상초유의 단종사태를 초래한 배터리 발화사고의 근본원인은 밝히지 못한 채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 지은 정부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며, 삼성도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및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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