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익산 왕궁리유적의 공방 관련 시설 및 유물에 대한 종합연구를 실시하여 기획연구보고서『王宮의 工房Ⅱ-琉璃篇』을 발간·배포하였다. 익산 왕궁리유적(사적 제408호)은 백제 제30대 무왕(武王: 600~641 재위)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남북길이 490여m, 동서너비 240여m에 이르는 장방형 궁궐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백제문화권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89년부터 현재까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연차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발굴조사된 자료 중에서 왕궁리유적의 성격 규명에 중요한 공방지 출토유물을 기획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하여 자연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1차로 금제품 등 금속유물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2006년도에 발간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유리공방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한 조성분석, 현미경분석, 납동위원소분석 등 고고화학적 분석을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김규호 교수 등과 함께 실시하였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분석 결과 및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일 유적에서 각종 도가니 및 유리제품이 대량으로 출토된 사례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유리 도가니를 비롯한 다양한 유리제품 생산 관련 자료를 집중적으로 소개하였다. 둘째, 백제시대 유리의 특징과 제작방식에 대한 새로운 연구 자료를 제공하였다. 익산지역에서 납유리(납이 60~70% 정도 함유된 유리) 이외에도 알칼리유리〔용융온도를 낮추기 위하여 포타쉬(potash, K2O), 소다(soda, Na2O) 성분을 사용한 유리〕를 생산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백제 유리를 대상으로 용융된 상태의 유리를 금속막대에 감아 말아서 만드는 winding기법, 금속 막대에 묻은 유리를 길게 잡아 늘려 유리관 상태로 만든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만든 drawing기법 등 유리제작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은 처음이다. 셋째,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출토 납유리 관련자료에 대한 조성분석과 납동위원소분석을 통하여 납유리의 납동위원소비 분포영역이 기존의 한국, 중국, 일본의 분포영역과 다른 선상에 3~4개의 군집을 이루면서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도면 1 참조). 이 분석결과는 왕궁리유적 출토 유리의 산지를 중국 혹은 경기도 북부 부평 광산으로 추정한 기존의 견해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향후 왕궁리유적 출토 유리 산지와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 연구하여 왕궁리유적을 중심으로 한 유리의 원료 수급 체계, 유리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구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넷째, 고대 생산 관련 유물에 대한 고고학·자연과학 연구자간의 공동작업을 통한 새로운 연구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유물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실시하여 왕궁리유적 내 공방 관련 시설, 나아가 왕궁으로서 왕궁리유적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한 점도 그 의의가 크다.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유리 생산과 관련된 백제, 더 나아가 삼국시대의 기술문화를 구명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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