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희 우리는 강한 띠를 가지고 타고나는 사람은 성격이 강하고 삶도 평범치 않다고들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대학로 창작 연극 작품인 ‘용띠위에 개띠’의 제목을 접한 사람이라면, “아 개띠가 용띠보다 강한가?”라는 추측을 해봄직 하다. 그 예상을 빗나가지 않게 ‘용띠위에 개띠’는 소심하고 약한 만화가 용띠 나용두(본명: 이도경)와 당차며 다혈질의 호기심 많은 잡지사 기자인 지견숙(백채연)이 우연히 인터뷰를 통해 만나 야구 경기 선수의 이력을 가지고 내기를 걸어 결혼에 골인하면서 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야기가 전개되고 나서 시종일관 지견숙은 나용두를 남자가 여자 다루듯 터프하고 다혈질적으로 다룬다. 그녀는 목소리만 크면 다인 옛 한국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고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목소리가 커지고 여성호로몬이 줄어들면서 남성화 되어가는 여성상을 잘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나용두는 낙천적이며 소심한 성격이지만 목소리 큰 아내를 자신의 배려자로 고른 소심한 남편이지만 보이지 않게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한다.
처음은 빈약하다?
연극하면 뭔가 웃음을 주던가, 감동을 주던가, 시작부터 대중을 매료시키는 오프닝을 가지고 있어야 무대의 재미와 흥이 배로 되는데 ‘용띠위에 개띠’는 소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을 바람잡이 없이 공연 시작을 짧은 음악과 암흑으로 시작하여 조금은 지루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프닝 후 자신도 모르게 순간 극에 열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극과 함께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낀다. 미혼이라면 아직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 못할 내용이 상당 들어있는 연극이지만 사실 가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의 엄마, 아빠 그리고 남편과 아내 혹은 자식의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이 될 수도 있는 연극이다.
‘용띠위에 개띠’는 먼저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곧이어 이야기가 이야기의 시발점인 나용두의 집을 보여준다. 첫 막은 두 노년의 부부가 둘의 결혼 생활을 회상하며 서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다소 높은 관심의 내용을 오프닝으로 가졌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혈질 아내와 치밀하면서 소심한 남편의 결혼 일상사를 재미있게 풍자해 중년 부부들의 공감과 웃음을 함껏 자아냈다. 극 중간 중간에 관객을 직접 극에 출연시켜 극의 재미를 배로 끌어 올렸고, 다소 엽기 스럽고 유치한 발상의 커플들만이 가능한 재미난 내용들을 이야기 속에 넣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였다.
기혼 남에게는 안타까움과 동감을 기혼 여에게는 고소함과 웃음을 전해주는 대학로 연극 ‘용띠위에 개띠’ 짙어져가는 가을 한번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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