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놓고 강경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2월 임시국회가 결국 파행의 길로 빠져들었다. 5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고, 열린우리당은 다른 정당들의 협조를 얻어 주택법과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의 직권상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우리당은 절대 사학법과 다른 법을 연계할 수 없고 사학법의 근간을 훼손할 수 없다"며 "더 이상 내놓을 것도 없고 한나라당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을 성의 있게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대책 입법에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사학법 처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개방형 이사제를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으며, 만약 이날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주택법 개정안만이라도 처리하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고 열린우리당은 강하게 비난한 뒤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오전,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예정됐던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한나라당의 사학법에 관한 주요쟁점은 세 가지인데 개방형 이사제의 추천기구의 확대, 두 번째는 임시이사의 선임주체를 법원으로 변경하는 것과 임기제한을 두는 것, 세 번째는 대학평의회의 자문기구화"라며 "개방형 이사제는 글자 그대로 개방형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추천의 주체가 학운위와 평의회로 되어있어서 추천의 전횡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게 두 가지를 제안했고, 그 첫째로 종단사학의 경우에는 종단도 같이 추천할 수 있는 것, 즉 종단사학의 경우 대학평의회 또는 학운위, 그리고 종단이 각각 2배수로 추천하게 하는 안과 또 한 가지는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고 한나라당의 안을 수정안으로 내놓은 다음에 이를 표결처리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열린우리당이 협조조차 안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사학법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이것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 도저히 관철이 안된다면 대선과 총선의 공약으로 내놓고라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복 의원도 "분쟁조정상설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 안은 진일보 한 것으로서 사실상 사학의 임시이사가 파견되어서 영구적으로 있는 것의 문제점 등에 비추어보아서 분쟁조정상설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매우 진일보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은 "노무현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대선을 이끌 것이다. 사학법에 대해서는 사학의 특수성을 고민하면서 우리가 일을 해야한다. 사학에 관해서 원칙적 입장으로 접근해야한다. 사학의 자율성에 대한 원칙적 입장의 견지가 중요하고 한나라당이 과연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경재 의원도 "세계 각국에 사립학교법이 거의 없다. 사학법이 이번에 통과되어야 하는 절박감이 있는 것은 알지만 추천 주체에 종단만 들어가게 하는 것은 비종단사학과 비교해 차별이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춘 의원도 "종교법인 사학과 비종교 법인을 분리한다면 평등권 문제가 제기 되서 위헌이 될 것이다. 적당히 타협하면 오히려 비난받을 것이다. 원칙대로 하자"고 말했다. 여기에 강재섭 대표도 의총전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큰 선에서 노력하기로 해놓고 (열린우리당이) 돌아가서는 사학법 이런 것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속임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번면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등 본회의 법안 표결과 관련 "부동산 대책입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에 대해 직권상정과 임시회 소집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채택한 성명서을 통해 "한나라당의 무리한 사학법 투쟁으로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이번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대책 입법 처리가 무산돼 주택 가격이 다시 요동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국회 의사일정까지도 거부할 태세다. 이에 따라 1년 3개월을 끌어온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물론 이와 연계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주택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노인노령연금법안 등 민생·경제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막판 타결에 실패할 경우 양당은 주택법 개정안과 사학법 재개정안을 직권 상정해 본회의에서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양당의 국회 파행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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