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우리나라 납북 관련 인사들이 현지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의 납북 관련자들에 대한 태도가 대조를 이룬다며 서운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에 있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27일 “이곳 일본 대사관 등 정부관계자들은 납북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가족들을 극진히 대우하고 컨트롤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우리정부는 고령의 귀환 납북자 4명이 왔는데도 코빼기조차 안 비추고 있다”고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며칠 전 유엔본부를 찾아가 납북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호소문 전달하자 그곳 관계자가 ‘일본정부의 노력으로 일본인의 납북사실은 잘 알고 있는데 한국인 납북자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됐다’고 말 하더라”면서 “정말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우리 NGO들이 나서서 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자국민 보호 문제를 이렇게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정부에 어떤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양국이 이처럼 반대되는 모습을 보고 귀환납북자들과 우리 NGO들은 서운함과 서러움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하며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마영애씨도 이런 한국정부의 모습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도 대표와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등 우리 측 NGO인사들은 28일(현지시간) 미국하원에서 주최하는 납북문제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메구미 어머니 사키에씨를 만나 한국의 김영남씨 가족과의 상봉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이날 오후 2시경 사키에씨와 짧은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사키에씨에게 5월 초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제안 할 것이며 납북자 송환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지난 25일 이재근, 진정팔, 김병도, 고명섭 등 귀환 납북자 4명과 마영애씨 등은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납북자 송환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북한당국은 납북자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부인만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납북사실을 인정하고 납북자들을 조속히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으로 보내는 서한과 납북자 명단을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대표부 측이 거부해 우편을 통해 보내기로 했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씨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 통신이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내일 오전 백악관에서 사키에씨와 만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중이다.

사키에씨는 26일 잭 크라우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과 1시간여에 걸쳐 만났으며 국방부를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납치문제 해결에 미국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키에 씨에 따르면 크라우치 부보좌관은 면담에서 ‘북한과는 핵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납치문제도 잊지 않고 대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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