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북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사망·실종 당시 13세)와 남한에서 납북된 김영남씨(1978년 고교생 때 납치) 부부 가족들이 17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강당에서 ‘비극적인’ 사돈 상봉을 이뤘다. 요코다 메구미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와 남동생 데쓰야, 김영남씨의 모친 최계월씨와 누나 영자씨는 만나자마자 서로 악수를 나눈 뒤 20여분간의 환담을 통해 메구미와 김씨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자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메구미의 남편이 김영남씨로 밝혀지고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양측의 이날 만남은 납북자가족모임과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한일 양국의 납북자 관련 단체들이 마련한 자리로, 그 역사성과 비극성으로 한일 양국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사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날 가족들은 대화를 나누며 같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해 위로를 건네면서 때때로 북받치는 감정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시게루는 최씨 모녀에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며 “메구미의 딸 김혜경을 TV를 통해서 봤다. 착하고 좋은 아가씨로 성장 했더라”라고 인사를 건넸다.

시게루는 “최근 일본 뉴스를 보면 김영남과 혜경이가 감금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슬프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도 두 사람이 무사하다는 뜻도 돼서 다행스럽고 하루빨리 엄마(최계월) 품에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만날 때까지 힘을 내자”면서 “2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납북자 송환촉구모임인) 일본국민대책회의에 김영남씨 가족분들을 모시고 싶다”고 초청 의사를 내보였다.

이에 영자씨는 “가까이 뵙게 되니 (시게루가)혜경이와 많이 닮았다. 혜경이가 엄마(메구미)를 많이 닮아 예쁘게 생겼다”면서 “메구미와 영남이가 송환될 때까지 한목소리를 내자”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영자씨는 “(메구미 가족을)만나고 보니 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간다. 우리가 힘을 합하면 빠른 시일내에 가족(메구미, 김영남)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면서 “집회나 증언을 할 수 있는 자리 있으면 기꺼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일본국민대책 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메구미 동생 데쓰야는 “슬프고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정말 잘 참았다”면서 “(김영남과 메구미 누나는) 북한에서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우리 가족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양측 가족들은 상대측 말로 번역한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영자씨는 준비한 도자기 다기세트를 선물로 전달했고 요코다씨도 납치피해 마크가 새겨진 장식품으로 답례했다.

양 가족의 환담 뒤에 같은 장소에서 바로 이어진 한·일 납북피해자단체들의 ‘납북자 송환 및 가족상봉대회’에서 가족들은 한국정부와 북한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시게루는 “북한은 살아있는 일본인 납치자들은 다 보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주장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며 “지금 많은 일본 국민들은 북한에 경제 제재가 아니고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도 납북피해자들이 귀국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있으니 빨리 (경제)제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쓰야는 “힘차고 밝았던 태양같던 누님이 갑자기 없어졌고 그 후 20년 동안 우리 가족은 암흑과도 같았다”며 “우리가족은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 그것이 가족이다”라고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는 있는 힘을 다해 자국민을 구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남한 사회는 납치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 김정일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쪽에 서 것인지 판단을 내려달라”고 노무현 정부의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촉구했다.

최계월씨는 “만약 북한에 아들을 만나러 가게 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가겠다”며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었다.

이날 한일 납북 피해단체들은 채택한 성명서를 통해 “북한 김정일 정권은 한국의 김영남과 일본 요코다 메구미 양을 비롯한 수많은 납북자를 조건 없이 송환하고 납치 피해 가족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한·일 납북자 가족들과 NGO 단체들은 북한 정권의 폭압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김정일 정권에 의해 자행된 납치 피해자의 조건 없는 송환을 위한 강고한 국제연대를 구축하자”고 제의했다.

사진설명 : 16일 오후 송파구 수협중앙회 강당에서 납북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씨와 메구미의 남편 김영남 씨의 어머니 최계월 씨가 만나 함께온 납북피해가족들이 해결을 위한 만세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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