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은 1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 4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존중한다는 원칙 아래 새로운 해상 불가침경계선 설정을 국방장관회담에서 협의하자고 북측에 전격 제의했다.

1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측도 과거 주장에서 크게 후퇴한 새로운 서해상 해상분계선을 제안하고 나서 해상 불가침선 문제를 놓고 남북한의 기조가 변화하는 양상이어서 주목된다.

우리측 차석대표인 문성묵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육군 대령)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해상불가침 경계선 협의 등 8개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논의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고 밝혔다.1992년 채택된 기본합의서 중 군사분야는 ▲무력 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해상불가침 경계선 계속 협의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무기 제거 ▲단계적 군축 실현 및 검증 등 8개다.

남측은 그동안 남북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뤄진 뒤 이같은 합의사항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북측도 서해 5개 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고 섬 주변 관할 수역문제도 합리적으로 합의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은 특히 (북측 내륙과)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하고 그밖의 수역은 영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하는 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았다. 이같은 제안은 북측이 과거에 주장해온 해상경계선 및 ‘서해 5개 섬 통항질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만약 북측이 남측의 이번 제의를 수용해 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면 53년간 해상불가침 경계선 역할을 해온 서해 NLL의 위상은 큰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는 남북 모두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NLL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이 힘들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또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 문제와 서해상의 우발충돌방지 개선안 등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인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실무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금강산 호텔에서 김전대통령의 6월 방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갖고 방북 일정과 경로, 방북단 규모 등에 대해 북측과 협의했다.

◇NLL=1953년 정전 직후 당시 클라크 유엔사령관이 북한측에 통보한 해양의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서해 백령도, 대청도 등 5개 섬의 북단과 북측 옹진반도 사이의 중간선이다. 북한은 73년부터 서해 5개 섬 주변 수역을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NLL을 자주 침범, 양측간 긴장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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