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태풍 피해 심한 대구권, 재난예비비 집행률은 한자리수"(사진=용혜인의원블로그)
용혜인 "태풍 피해 심한 대구권, 재난예비비 집행률은 한자리수"(사진=용혜인의원블로그)

[노동일보] 대구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재난재해 예비비 집행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구와 달성군을 제외한 6개 구청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시 재난 예비비를 대폭 증액했지만 막상 집행률은 0~2%대에 불과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21일, "태풍과 폭염 피해가 큰 대구 지역 지자체들이 재난 예비비를 주민들 재해 지원이 아닌 여유자금 비축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자치법의 균형 재정 원칙에도 벗어난 재난 예비비 편성 및 집행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재해 예비비는 예상할 수 없는 재난과 재해에 대비해 지자체가 편성 여부나 한도에서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율 편성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이다. 얼마를 편성하고 집행하든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날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지자체 예비비 편성 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대구광역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80억원의 재난예비비를 편성했지만 실집행액은 10.6원으로 집행률 13%를 보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한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용혜인 의원은 "2022년은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한 해로, 이럴 때를 대비해 편성된 재난 예비비를 한푼도 쓰지 않은 것은 재난 예비비 편성의 목적이 도민들의 재난 복구와 지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기초 지자체로는 달성군이 4년 평균 91% 높은 집행률을 보였다.

달서구는 집행률이 31%였다. 하지만 나머지 6개 구청은 0~2%로 극히 저조한 집행률을 보였다.

중구, 서구, 북구는 집행률이 0%였고, 수성구 1%, 동구와 남구가 2%였다. 

달성군과 달서구를 제외한 6개 구청들의 재난 예비비 편성의 특징적 경향은 최종 추가경정예산 편성시 당초예산에서보다 재난 예비비가 대폭 증액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추경 편성시에는 지출 예상이 훨씬 쉽다는 점에서 추경시 대폭 증액된 재난 예비비는 증액한 만큼 지출하려는 의도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4년 합계 기준으로 동구는 당초 재난 예비비를 76.3억원 편성했지만 최종 추경에서는 1,194억원으로 15.6배 증액했다.

하지만 집행액은 18.9억원에 불과했다. 북구 역시 추경에서 당초보다 14배 증액했지만 4년 연속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고 고스란히 불용 처리됐다. 

이는 재난 예비비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편성되고 집행되는 것을 가리킨다.

용혜인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재난 예비비가 재난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피해 복구 및 지원 용도로 쓰이지 않고 지자체의 잉여자금 비축 목적으로 편성되고 집행되는 양상이 전국적임을 확인한 바 있다.

용혜인 의원은 "대구 지역의 경우 해마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있어 태풍 피해가 연례적이고 폭염 피해도 크다는 점에서 너무 낮은 집행률은 대구 지역 도민들이 합당한 수준의 재난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재난시에도 집행되지 않을 예비비가 편성된다면 다른 행정 및 복지 서비스가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어 대구 지역 전체 주민들에게도 피해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의원은 23일 대구광역시 국정감사에서 홍준표 시장에게 목적을 벗어난 재난 예비비 편성과 저조한 집행에 대한 시정을 당부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노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