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련 인물들 철저 조사해 국가기관 기강 바로 세워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사진=최형두의원블로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사진=최형두의원블로그)

[노동일보] 상표권을 취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사전 심사를 대행하는 선행조사업체가 특허청 전현직 직원들의 농간에 의해 부당하게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특허청 전현직 직원들은 선행조사업체 부당 선정뿐 아니라 특허청 산하 기타공공기관의 장비를 특정 업체와 ‘바꿔치기’하고, 그 덕에 선행조사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17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의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행조사업체는 특허청이 심사하기 전, 먼저 조사하는 업체를 말하며, 전문조사관은 특허청 심사 전에 선행조사업체에서 사전 조사를 하는 인력이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26일, 감사원의 조사 문건과 특허청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사건을 기획 및 설계한 K는 2019년 특허청 명예퇴직 이후 같은 해 특허청 산하기관인 재단법인장으로 임명됐다가 올해 초 임기를 마쳐 2021년 감사 착수 후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사건 관련 선행조사업체들에 전문조사관으로 재취업한 특허청 출신은 총 53명으로 확인되었지만, 이들 역시 4, 5급 출신 퇴직자 신분이라 3급 이상부터 해당하는 ‘취업심사대상자’에서 제외돼 사건과 관련된 조사 및 조치를 피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은 이와 관련, 현직 고위 공직자인 A에 대한 징계 절차만 진행 중이며, 4급 이하의 퇴직자들은 공직자 윤리법이 제시하는 ‘취업심사대상자’가 아니고 뇌물 수수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 문제는 재취업한 특허청 퇴직자가 모두 4급 서기관, 5급 행정사무관 출신으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및 공직자 윤리법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관 취업 비리를 위해 전문조사기관으로 무리하게 선정된 업체의 당시 대표 B는 문재인 전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선행조사업체로 지정된 민간업체 00는 선행조사 관련 경험이 없는 법률정보 DB 구축 업체로, 전문기관 지정을 위한 보안장비, 인력요건 등 어느 것 하나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특허청 심사과장 K가 어떻게, 왜 00를 지정하여 선정한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K가 특허청 직원에게 00를 전문기관으로 지정할 것을 압박하며 “특허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업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특허청 심사과장이자 K의 후임이었던 A는 00대표 B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자녀 취업을 청탁하는 등의 인연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00가 전문기관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K가 당시 특허청 퇴직 후 이미 전문기관으로 등록되어 있었던 특허청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재단법인 00에 재취업한 후 00의 인력 및 장비를 00에 임의로 이전하여 ‘바꿔치기’를 했다는 것이다. 여기다 향후 두 업체 간 매각 일정 및 업무 인수인계 과정을 서로 공유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고위 퇴직자가 특허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특허청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전문조사기관들의 수익을 살펴보면, 부당 지정 업체인 00는 총 117억 7천3백여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가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를 악용하고 사유화하여 이익을 챙긴 특허청 고위공직자 및 직원들의 행위도 문제지만, 오랜 기간 별다른 조사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특허청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4. 10. 7.실시된 특허청 국정감사에서도 이미 퇴직자들의 재취업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같은 해 11. 26. 다른 민간 지정업체였던 00가 특허청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포함되는 등 특허청 퇴직자들의 전관 취업 관행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2017년 이후로도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해당 사안을 지적했음에도 자체 감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도 외부인의 제보로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감사를 벌인데서 시작된 만큼 특허청은 자정 능력이 약하고 국가공무원 윤리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허청은 또 2015. 2. 9. 문제가 된 조사분석기관에 대한 실태조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바꿔치기 및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사실과 관련, 실태조사에서는 절차 및 시간 지연으로 ‘소유권’ 확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을 해왔다.

하지만 특허청의 사업기관 실태조사에서 ‘장소’, ‘재직증명서’ 등의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돼 소유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특허청 답변도 업무 태만을 가리기 위한 변명일 수 밖에 없다.

본 사건에 대한 조사가 2021년에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사원이 2023. 9. 27. 감사 결과를 통보하기 전까지 관련 인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는 특허청의 입장은 오히려 사건을 일으킨 K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문제를 계속 덮어두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특허청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향후 조치에 대해 조사기관의 채용은 기관 자율로 이뤄지고 있어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감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된 사업체들과는 계약을 해지했으며, 국내 상표조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형두 의원은 “사건의 시작 인물과 막대한 이익을 얻은 사업체 대표의 이해관계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현직자만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특허청이 앞으로 또 일어날 제2, 제3의 비리를 막으려면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하고,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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