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서 행정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이명박 서울시장. 이제 그는 정치인 이명박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그를 만나 재임기간 느꼈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치밀한 사전준비가 없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다 이명박 시장과 만남에서의 키워드는 ‘서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였으며, 그의 답변은 ‘밑바닥 생활을 해 본 사람만이 서민의 아픔을 아우르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어려운 곳을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고 거기 있어 보겠다는 것”이란 말로 끝났다. 이 시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노숙자 문제와 치매 노인 문제’를 거론했으며,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에는 '서민 속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며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장이 될까’라는 고민보다는 ‘시장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며 ‘치밀한 사전준비 없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로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지난 4년 동안 집안을 너무 소홀히 했다. 봉급도 못 가져다주고..,(웃음)”라며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직접 요리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 볼 참”이라며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했다.

◇현대건설 갔을 때 정말 열심히 일해…월급 주고, 점심도 주니까

질문이 ‘노숙자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에 이르자 그는 “대학 졸업 후 정치를 안 하고 현대건설 갔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다. 왜? 한 달 일하면 월급 주고, 점심도 주고 하니까”라며 다소 생뚱맞게 말문을 열었다.

다소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으며 “그때는 ‘아무리 월급 적어도 월급 받는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빈곤은 똑같다. 지금은 정치인들이 정치문제를 가지고 떠들 것이 아니라 경제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놓았다.

그는 “때문에 내가 퇴임 후 곧바로 정치를 할 거라고 하면 정말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 “그래서 내가 어려운 곳을 그냥 둘러보는 것이 아니고 거기 있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노숙자 일자리를 만들고 한 것도 내 절박한 삶이 있었기에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사람들 챙길 것이고 반찬을 사러 갈 때도 재래시장에 가서 직접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매노인 요양시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서울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옛날에 살던 달동네를 찾아갔어요. 내가 살았던 단칸방 문이 잠겨져 있어 문을 열고 봤더니 치매노인이 혼자 있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옛날 살던 곳이 그대로 있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 치매노인이 있더란 말이에요...” 라며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후 특별예산 받아가지고 요양소를 지어 그분들을 모시게 됐지요. 그분들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이었어요. 그래서 내게는 청계천 그런 것보다도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지요”라고 설명하며 답답한 듯 탁자를 손바닥으로 여러 번 두드렸다.

◇DJ방북 국민적 동의가 없다는 것이 문제…한미FTA 협상 내용 공개해야

한미FTA, 호남지역 발전 방안, DJ 방북, 개헌논의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시장은 주저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호남고속철도 조기 착공과 관련해 이 시장은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것이 문제이며 철도 이용 수요 확충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가 있어야 했다”며 “S-프로젝트니 J-프로젝트니 하는 거대한 계획보다는 거점 개발을 위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준비와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DJ 방북 문제는 열차로 가는지, 비행기로 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서 무엇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 그는 “사학법이 정상적으로 통과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열망을 받아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으면 한다”고 재개정 필요성에 무게를 두었다.

한미FTA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FTA는 업종별로 이해가 틀리기 때문에 정부의 비공개 방침에는 반대한다. 업계 스스로 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은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후 국민의 선택을 받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김대업 사건과 정치공작을 막기 위한 ‘정치공작 금지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명박 시장 '고민하는 불도저'로 거듭날 수 있을까

마무리 발언은 정치인 이명박의 눈높이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그는 "가능하면 저는 정치논리보다는 경제논리로 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 대권에 관련된 이야기를 자꾸 하다보면 국민들이 실망할 거다. 이건 또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라며 정치권이 좀 더 경제 회생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나는 몸으로 서민의 어려움을 체험하면서 살아온 사람이에요. 노동자로 야간고등학교 졸업했고 서울에서의 삶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였어요. 노숙자 문제를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풀어내려 한 것도 내 절박한 삶이 있었기에 그런 아이디어가 나온 거지요. 그래서 퇴임 후에는 여러 계층 사람 만나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사람들 그걸 챙기려고 하는 거구요. 집에서 반찬 사더라도 재래시장 가서 직접 살 것이고. 이런 것들을 할 거에요. 자꾸 대권에 대해 얘기하는 데 그 심정을 잘 반영시켜 줘요"라는 말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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