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약 240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노동자 19명에 자택대기 발령 내리고 퇴직을 강요하는 회사다. 직종을 구분하여 분류한 33명의 노동자들을 외주업체로 보내려는 회사이기도 하다. 노동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핵심적인 자산을 매각하여 부족한 현금을 메우려는 곳이다.

전체 노동자의 1/5이 넘는 규모를 사실상 해고하고 자산을 매각하려는 회사는 바로 경인지역 민영방송 독점 허가 사업자인 OBS경인방송이다. OBS는 작년 12월 말 사상 초유의 지역 지상파 방송 재허가 거부라는 방통위의 결정을 가까스로 피했다.

240여명의 노동자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국회 미방위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모두 나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지역 시청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될 것을 우려했다. 그 결과 방통위는 OBS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에게 2017년 12월까지 30억원의 증자 등 시한부 재허가 조건을 부여하여 마지막 회생 기회를 주었다.

재허가 결정이 난 직후, OBS는 무엇을 했는가? 정확한 업무도 지정하지 않고 20명의 노동자들을 신생부처로 보낸 후 해고를 예정한 자택 대기발령을 내렸다. 방송사라면 당연히 직접고용해야 할 편성제작, 기술, 보도부서 중 특정 직종을 정하여 33명에게 외주화를 통보했다.

남아있을 노동자에게는 현 급여의 80% 수준과 성과연봉제를 요구하며 더 이상 감내할 수도 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방송사의 핵심 설비인 송신탑까지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방송사는 이익을 내야하는 사업자이지만, 단지 그 뿐이라면 지역 독점권을 받을 이유도,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다.

해당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으며,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지역 방송사다. 이런 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대다수가 경인지역 주민인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외주업체로 보내고 있다. 이런 곳에서 만든 질 낮은 방송을 왜 지역 시청자들이 보아야 하는가?

방송노동조합협의회는 재허가를 의결한 방통위에게 묻는다. 1,000만이 넘는 촛불이 만들어 낸 역사적 전환기인 지금, 1,5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장을 만들 책무가 있는 지역방송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알고 있는가? 자택 대기발령과 외주화, 그리고 임금 삭감과 연간 52억에 그치는 제작비 예산을 “조직혁신”이라고 내민 OBS가 방통위의 재허가 이행 조건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

방송노동조합협의회는 방통위에게 요구한다. OBS의 이런 작태는 지상파 방송사에게 공적 규제와 책무를 부여하는 방통위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며 도전이다. OBS의 행태에 대해 재허가 조건 이행 실적 점검을 하루 빨리 실시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하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OBS 대주주와 사측의 전횡은 수 년 후 다른 지역민방에서 벌어질 사태의 예고편이다. OBS에 대한 방통위의 조치는 방통위가 지역민방에 대한 규제당국으로서의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이다.

방송노동조합협의회는 OBS 대주주 백성학 회장에게도 요구한다. 거부될 OBS 재허가를 위해 노력한 OBS 희망조합지부는 언론노조 방송노동조합협의회 소속임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 일방적인 지금 구조조정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백성학 회장의 상대는 OBS 희망조합지부만이 아닐 것이다.

백성학 회장은 KBS, MBC, SBS,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 지역MBC, 지역민방 등 한국의 모든 방송노동자와 전면전을 원하는가? 방통위의 빠른 조치와 백성학 회장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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