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전 KBS 아나운서/세종대 겸임교수)
김희정(전 KBS 아나운서/세종대 겸임교수)

[노동일보] 국회가 조용한 소용돌이에 빠졌다. 21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의원들의 입법과정을 진행하고 중재하며 합의를 유도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관례 상 다수당의 다선 의원 중 추대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치열한 경선이다.

‘양보’와 같은 단어도 무의미하다. 정권을 뺏긴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이 의장선출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힘당이 낳은 윤석열 정부는 주지하다시피 검찰에 포획된 정권이다.

입법, 사법, 행정의 세 바퀴가 균형을 유지해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면 강하고 개혁적인 의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당 내 분위기이다.

5선의 조정식, 4선의 우상호, 5선 최 연장자 김진표, 역시 5선의 이상민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상민 의원부터 보자. tv시사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기에, 정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라면 알만한 의원이다.

국민의힘 의원인지 민주당 의원인지 모를 정도로 소속 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의원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분이 바로 이상민의원이다.

따라서 박빙열세로 정권을 뺏긴 것이 억울한 민주당 지지자라면 이상민의원의 국회의장 출마에 대해 부정적일 듯하다.

‘정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일진대 ‘독불장군’ 또는 ‘모두까기’ 하는 시사평론가처럼 행동했던 이가 국회의장에 걸맞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5선 최 연장자 김진표 의원은 어떤가? 최 연장자 우대 관습에 따라 김진표 의원의 당선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이라면 지난 대선과정에서 김 의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최 연장자라는 것도 그렇다. 586세대에게도 개혁을 위한 용퇴를 부르짖는 판에 75세 김 의원이 연장자라서 국회의장에 적합하다고 하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다. 

4선의 우상호 의원은, 룰을 깨고 출마했다. 4선이 의장이 되면 부의장에 출마한 5선의 변재일의원 등과 어색한 조합을 이룬다.

이렇게 되면 차기에는, 3선인들 한번쯤 출마하여 국회 최고의 명예를 차지하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이럴 바에는 콘클라베방식(교황선출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5선의 조정식 의원이다. 조 의원은 불과 한 달 전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서 꼴찌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장은 오히려 조정식 의원 같은 이가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른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이다. 

조의원은 민주당내 중진의원으로서 개혁적 성향을 띠고 있다. 경기도지사 경선 상황에서도 ‘검찰 정상화법 통과’와 ‘한동훈 장관 지명철회’를 외치며 1인 시위를 할 정도로 소신이 강하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후 ‘개딸(개혁적인 성향의 젊은 여성으로 이루어진 민주당 지지자들)’, ‘양아들(’양심의 아들‘을 줄인 말로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젊은 남성층을 가리킴)’ 등 강력한 팬덤이 생긴 것처럼 조 의원 역시 개혁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조 의원을 좀 다른 차원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국회와 국회의장 본연의 역할에 의거해 검증하는 것이다.

63년생, 국회의장 출마 군 중 가장 젊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무려 5선에 이르는 내공이지만  낮은 인지도에 시달리는 신기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퍼포먼스나 이벤트로 자신을 알리는데 능하지 못하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2019년과 2020년 연속,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냈다.

국회교통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서 협상과 조정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리고 보좌관들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국회의원’으로 손꼽는 인물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어떤 존재일까? ‘국개의원’이라는 놀림과 ‘텔레토비 동산’이라는 비아냥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법, 사법, 행정, 세 바퀴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라 할 때, 그 맨 앞자리에 입법이 위치한다.

사법은 그 법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기능을 하며 행정은 그 법을 실행하는 곳이다.

사실상 입법이 가장 우선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사실상 최고의 정치인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에 일꾼에 속하며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위상을 가리기 어렵지 않다. 

국회의장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기에 유권자 개인과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직접 선출한 국회의원이 개인적 유·불리가 아닌 민의를 대변해 의장을 뽑아야 한다.

자신들만의 리그로 전반기 ·후반기 나눠먹기를 한다거나, 소속 당을 폄하하여 객관적인 양 하는 전략으로 선출되어도 좋은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전문성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정치인다운 품격, 개혁에 대한 열정을 지닌 참 드문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신기한 정치인 조정식, 그가 국회의장이 될 때 우리는 퍼포먼스보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품격을 지키며, 민생을 위한 개혁에 매진하는 국회의원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 어쩌면 대통령선거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머지않았다. 5월 24일 오전 10시에 치러진다. 

김희정(전 KBS 아나운서/세종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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